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 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 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 김 용택 시 ‘섬진강1’모두
* 해마다 봄이 다가오면 ‘덕순이’를 꺼내들고 바다로, 산으로 봄맞이를 가고는 하였다. 올해는 함께 걸어온 거리만큼 나이를 먹은 덕순이를 병원에 맡기지도 못하고 가방에 넣어둔 채 먼지만 딱아주고 렌즈를 끼었다 빼었다 한다. 귀찮아 진것 이다. 그 세월의 흐름만큼 ‘무게’를 감당키 어려워 이제는 배낭을 가볍게 싼다. 이제는 강이 보고 싶다. 주위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되자 ‘한 걸음’ 더 나아가개 되었다.
삶에서 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살아 볼 일이다. 묵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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