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글에 업데이트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녘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등 위를 굴러다닌다,
나는 기우뚱 망각을 본다, 어쩌다가 집을 떠나 왔던가
그곳으로 흘러가는 길은 이미 지상에 없으니
추억이 덜 깬 개들은 내 딱딱한 손을 깨물 것이다
구름은 나부낀다,
얼마나 느린 속도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나뭇잎들이 그 좁고 어두운 입구로 들이 닥쳤는지
내 노트는 알지 못한다, 그 동안 의심 많은 길들은
끝없이 갈라졌으며 혀는 흉기처럼 단단하다
물방울이여, 나그네의 말을 귀담아들어선 안 된다
주저앉으면 그뿐, 어떤 구름이 비가 되는지 알게 되리
그렇다면 나는 저녘의 정거장을 마음속에 옮겨놓는다
내 희망을 감시해온 불안의 짐짝들에게 나는 쓴다
이 누추한 육체 속에 얼마든지 머물다 가시라고
모든 길들이 흘러온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
-기형도시 '정거장에서의 충고'모두
-책들의 먼지를 털어낸다. 가을인데도 햇살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따스하여,,,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가만히 높게, 높게 바라본다. 한때는 한권, 한권 사모으던 책들이 이제는 색이 바래어 누렇게,, 지금은 읽지도 않는 세로판의 글줄들,,, 한번 속아내어 책들도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학시절 남들이 읽었다는 말에 사놓고 두고두고 돈이 아까웠던 '데카메론'이나 '짜라트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는 무슨 허영에서 이책을 집어 들었던 것일까???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같은 책은 재미있게 읽던 책인데,,, 친구 녀석의 책을 빌려 온 것인데 25년이 넘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과외도 금지 되여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하나,둘씩 휴학을 하거나 군대를 가던 시절,,, 한 친구는 자취방에 천원짜리로 3만원을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천원씩 쓰며 힘겹게 하루를 이어갔고, 번역에 막노동에 돈이 되는 일이라면 하루에도 몇탕씩 알바이트를 하던 젊음,,, 한쪽에서는 학우가 쓰러져가고,,, 한쪽에서는 졸업 하기만을 기다리는 가족들과 앞날의 기대에 어린 주위의 시선에,,, '미래를 위해 싸우자'는 친구들과 '미래를 위해 준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갈등하던,,, 당시에 우리는 단지, ‘젊기만' 했다.
-얼마전 외국으로 친한 벗을 떠나보내고 길위에 서서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의 시절'은 흘러 가는구나 40대를 보내고, 50대를 바라보며 체념을 배워야하는 것일까? 내 젊음은 이렇듯 값없이 흘러 갔구나,,, 이제와는 다른 시선과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리라. 문득, 이시가 떠 오른다. 사랑을 잃고,, 나는 그동안 무엇을 바라보며, 삶을 살아온 것인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기형도 '빈집'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들은 분주히
몇몇 안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 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가,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짓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 기형도 ‘오래된 書籍’ 모두
** 2009년도에 시사랑에 적어 놓았던 글이 있었네,, 정리 되는데로 모아서 정리 해 보았다가 어느 시점이 오면 깨끗이 “Clear” 하고 온라인 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친구의 불로그에서 처럼 엄마나 누나에게 연락을 받고 싶지는 않다. 한때 저작권 문제로 포스팅 했던 영화 글들을 모두 삭제한 적이 있다. 그때는 후회 했지만 이제는 비울 수 있을 것 같다. 올 겨울은 참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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