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 옆에 국화 화분 하나를 사다가 놓으니
가을이 왔다 계절은
이렇게 누군가 가져다 놓아야 오는 것인가
저 작은 그릇에 담겨진 가을,
노란 가을을 들여다보며
한 계절 내가 건너가 가져오지 못한 시간들을 본다
돌보지 못한 시간 속에도 뿌리는
있다, 모두 살아 있다 흙 속 깊이
하얀 실뿌리를 숨기고 어둔 흙 헤집어
둥근 터널 그 속으로, 먼 내 속으로 오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쭈그리고 앉아 바라본
국화의 근본이여, 모든 계절의 초입이
나 몰래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손을 내밀어 그냥 가져다 놓기만 하면 분명
한 계절의 꽃 필 법도 한 것이다
국화는 현관 앞 계절의 환한 등을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국화를 보며 아! 노란 국화,
하며 가을을 말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져다 놓은 한 계절, 저 국화 화분은
한 바가지의 물을 건네주길,
해를 향해 화분의 방향을 가끔씩
누구도 아닌 내가 손수 돌려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 고 영민 시 ’국화 화분‘
* ‘악어, 실천문학사, 2005
- 가을이 오는듯~ 하더니,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 같은 쌀쌀힘이 느껴진다. 투석인 들이 체질상으로 추위를 잘 타지만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추위애 약한듯 하여, 이 날씨(?) 에도 패딩을 껴입는 20대들을 보며 노인에 처럼 혀를 차다가 ㅎㅎ,, 웃고 말았다. 해마다, 계절마다 ’기분‘이 너무나 달라진다. 사는게 더 재미있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새록새록 새로워져야 하는데도,, 올해 가을에는 먹고 싶은 것도, 꽃구경도, 여행도 모두가 귀찮다.
이 귀차니즘’이 어디서 온(?!) 것인지 몇일을 생각 해 보았은데,,그 생각 하는것도 멈추고 ‘흐르는데로’ 몸이 움직여 지는데로 ‘관망’을 하고 있다. 제법 두터운 걷옷과 바지를 골라 내 놓으며 가을을 만끽하기도 전에,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한다. 올 겨울은 너무 춥지않게 ‘사고’없이 넘길 수 있을까?…, 까페에 피어있는 ‘가을국화 꽃’을 바라보며 이제는 ‘따뜻한 커피한잔’이 좋으니,,
성큼, 다가온 계절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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