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민식, 김 고은 주연 썸네일형 리스트형 종이감옥 / 나 희덕 시. 그러니까 여기, 누구나 불을 끄고 켤 수 있는 이 방에서, 언제든 문을 잠그고 나갈 수 있는 이 방에서, 그토록 오래 웅크리고 있었다니 묽어가는 피를 잉크로 충전하면서 책으로 가득찬 벽들과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서류 더미들 속에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옮겨 다니며 종이 부스러기나 삼키며 살아왔다니 이 감옥은 안전하고 자유로워 방문객들은 감옥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지 간수조차 사라져버렸지 나를 유폐한 사실도 잊은 채 여기서 시는 점점 상형문자에 가까워져 간다 입안에는 말 대신 흙이 버석거리고 종이에 박힌 활자들처럼 아무래도 제 발로 걸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썩어문드러지든지 말라비틀어지든지 벽돌집이 순식간에 벽돌무덤이 되는 것처럼 종이벽이 무너져내리고 잔해 속에서 발굴될 얼굴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