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숟가락으로는, 흐르다, 웅덩이, 상처입은 혀, 썸네일형 리스트형 ‘생활 속에 핀 꽃’ - 나 희덕 시. 17년 전 매미 수십억 마리가 이 숲에 묻혔다 그들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해다 17년의 어둠을 스무 날의 울음과 바꾸려고 매미들은 일제히 깨어나 나무를 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을 뿐 멀리 날 수도 없어 울음을 무거운 날개로 삼는 수밖에 없다 저 먹구름 같은 울음이 사랑의 노래라니 땅속에 묻히기 위해 기어오르는 목숨이라니 벌써 소나기처럼 후드득 떨어져내리는 매미도 있다 하늘에는 울음소리 자욱하고 땅에는 부서진 날개들이 수북이 쌓여간다 매미들이 돌아왔다 울음 가득한 방문자들 앞에서 인간의 음악은 멈추고 숲에서 백 년 넘게 이어져온 음악제가 문을 닫았다 현(絃)도 건반도 기다려주고 있다 매미들이 다시 침묵으로 돌아갈 때까지 - 나희덕 시 ‘매미에 대한 예의‘ [가능주의자], 문학동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