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욕칠정 썸네일형 리스트형 거울 속에 나. 1.당나귀는 가난하다 아무리 잘생긴 당나귀라도 가난하다 색실로 끈을 엮어 목에 종을 매달고도 당나귀는 대책없이 남루하다 해발 5천 미터 레에서 카루등라 고개를 넘어 누브라 밸리까지 몇 날 며칠을 당나귀를 타고 간 적 있다 세상의 탈것들은 다 타 보았지만 내가 나를 타고 가는 것 같은 내가 나를 지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 당나귀 등에 한 생애를 얹고 흔들리며 벼랑길 오르는 동안 청춘을 소진하며 어찔한 화엄의 경계 지나오는 동안 한 소식 한 당나귀에게서 배웠다 희망에 전부를 걸지도 않고 절망에 전부를 내주지도 않는 법을 그저 위태위태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당나귀여, 너는 고난이 멈추기를 갈망하지도 않는다 나도 너처럼 몇 생을 후미진 길로 걸어 다녔다 그러나 그곳이 폐허는 아니었다 자학이 아니라..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