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휘 시, 삼월의 속수무책, 함 명춘 시, 은어, 이 운진 시, 옆에 산다는 것, 곽 재구 시,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썸네일형 리스트형 산수유 나무. 삼월의 속수무책 [심재휘] 초봄날 오전, 내게 오는 볕의 마음은 그 생김이 ㅁ 같기도 하고 ㅇ 같기도 해서 지루한 햇살을 입안에 넣고 미음 이응 우물거려보다가 ㅁ과 ㅇ의 안쪽을 기웃거려보다가 기어이 낮술 몇 잔으로 밑이 터진 사람의 마음을 걸치고 사광에 늘어진 그늘 가까이 이르러서야 빛으로 적막한 삼월의 마음에는 들어가는 문이 없다는 것을 안다 서둘러 활짝 핀 산수유 꽃나무가 제 속을 뱉어 어룽대는 그늘을 먼발치에도 오래 드리우는데 그 노란 꽃그늘을 머리에 이고 집으로 가는 사람이 있어 안팎으로 드나드는 ㅁ과 ㅇ이 저런 풍경이라면 누구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본 적 없는 두 발 단 것들은 속수무책이다 -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문학동네, 2018 은어 [함명춘] 햇볕의 길이 서면 온다 바다쪽으로 한쪽 어깨..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