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거처, 물의 주름, 물속의 나무, 흰색, 침묵, 09시 09분, 질서의 구조, 날개의 무게, 각자의 고독 썸네일형 리스트형 ‘너’의 침묵이, ‘나’의 침묵으로 ‘오롯이‘ 마주 설때 - 조 용미 시. #오롯이 1. 남고 처짐이 없이 고스란히, 2. 아주 조용하고 쓸쓸히. 이른 아침, 누군가 다른 사람이 먼저 와 있다 이곳에서 사람을 만난 건 처음 있는 일 누군가 나무를 찾아오는 이가 또 있었다 바로 지금 희귀한 이 시간에 딱 부딪히다니 불편하지 만 그렇다고 피할 데도 없다 먼저 온 이와 나는 서로를 보지 못한 척 아무 말도 하 지 않고 나무만 바라보았다 이 나무를 잘 아느냐고 먼저 그가 말을 붙였다 그와 나는 십수 년간 나무를 찾아왔다 멀리서, 내게 맞는 봄을 찾아, 해마다 이 늙은 매화나 무 아래 서 있다 가느라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었다 손가락에 감은 붕대가 붉게 물들도록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무의 지문을 살핀다 그가 나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아니다 햇빛 드는 한낮까지 늙은 꽃나무는 다정하지도 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