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 저녁을 위하여 썸네일형 리스트형 고3, 그리고 '공부기계'?...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나는 아이에게 저녁을 가르친다 기다림을, 참으라는 것을 가르친다 "자, 착하지? 조금만 가면 돼, 이따 저녁에 만나려면 가서 잘 놀아야지." 마음이 급한 내 팔에 끌려올 때마다 아이의 팔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하고 누구가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더욱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삶이라는 것을 모질게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해종일 잘 견디어야 저녁이 온다고, 사랑하는 것들은 어두워져서야 이부자리에 팔과 다리를 섞을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저도 팔꿈치가 아픈지 막무가내로 울면서 절름거린다 "자, 착하지?" 아이의 눈가를 훔쳐주다가 나는 문득..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