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시 저 물방울들은 썸네일형 리스트형 비가 내리는 날. 그가 사라지자 사방에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도꼬지를 아무리 힘껏 잠가도 물때 낀 낡은 싱크대 위로 똑, 똑, 똑, 똑, 똑.....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들 삶의 누수를 알리는 신호음에 마른 나무뿌리를 대듯 귀를 기울인다 문 두드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발자국 소리 같기도 하고 때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 같기도 한 아, 저 물방울들은 나랑 살아주러 온 모양이다 물방울 속에서 한 아이가 울고 물방울 속에서 수국이 피고 물방울 속에서 빨간 금붕어가 죽고 물방울 속에서 그릇이 깨지고 물방울 속에서 싸락눈이 내리고 물방울 속에서 사과가 익고 물방울 속에서 노래소리가 들리고 멀리서 물관을 타고 올라와 빈 방의 침묵을 적시는 물방울들은 글썽이는 눈망울로 요람속의 나를 흔들어 준다 내 심장도 물방울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