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드릴수 있는 날이 몇 해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문비 나무 아래의 연주, 죽은 사람을 장지에 묻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악기를 하나쯤 다루고 싶어서 대여점에 들러 첼로를 빌렸다 48인치짜리 첼로는 생각보다 육중하였고 나는 그것을 겨우 끌고 들어와 문을 닫았다 소파 옆에 세워둔 첼로는 공습경보를 들은 사람처럼 창밖을 보고 있었다 첼로를 이루는 가문비나무는 추운 땅에서 자란 것일수록 좋은 음을 낸다고 들었다 촘촘한 흠을 가진 나무가 인간의 지문 아래 불가사의한 저음을 내는 순간 더운 음악회장에서 깨어난 소빙하기의 음표들이 빛을 향해 솟구치는 광경을 죽은 사람과 함께 본 적이 있었다 가슴에 첼로를 대고 활을 그었다 첼로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내 몸의 윤곽은 분명해지고 있었다 하얀 나방이 숲으로 떠나가는 깊은 밤 수목 한계선에서 빽빽하게 자란 검은 나무 아래 영혼의 손가락 끝에 홀연..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