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영민 시, 썸네일형 리스트형 ‘국화’ - 성장한 ‘숙녀’ 같은 꽃. 현관 옆에 국화 화분 하나를 사다가 놓으니 가을이 왔다 계절은 이렇게 누군가 가져다 놓아야 오는 것인가 저 작은 그릇에 담겨진 가을, 노란 가을을 들여다보며 한 계절 내가 건너가 가져오지 못한 시간들을 본다 돌보지 못한 시간 속에도 뿌리는 있다, 모두 살아 있다 흙 속 깊이 하얀 실뿌리를 숨기고 어둔 흙 헤집어 둥근 터널 그 속으로, 먼 내 속으로 오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쭈그리고 앉아 바라본 국화의 근본이여, 모든 계절의 초입이 나 몰래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손을 내밀어 그냥 가져다 놓기만 하면 분명 한 계절의 꽃 필 법도 한 것이다 국화는 현관 앞 계절의 환한 등을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국화를 보며 아! 노란 국화, 하며 가을을 말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져다 놓은 한 계절, 저 국화 화..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