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기념일에 썸네일형 리스트형 어두운 밤에 연등하나 켜 두며,,, 꽃 같네요 꽃밭 같네요 물기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 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 간다면 황천길에만은 꽃구경 할 수 있을까요 벽 돌담 너머는 저기에 이를까요 벽 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오색영롱한 꽃밭을 두고 돌아섭니다. 쇠창살을 등에 지고 침침한 감방을 향해 돌아섭니다. 굳은 시멘트벽 속에 저벅거리는 교도관의 발자욱 울림 속에 캄캄한 내 가슴의 옥죄임 속에도 부처님은 오실까요 연등은 켜질까요 고개 가로저어 더 깊숙이 감방 속으로 발을 옮기며 두 눈 질끈 감그면 더욱 영롱히 떠오르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아아 참말 꽃 같네요 참말 꽃밭 같네요. - 김지하 시 '초파일 밤' 모두 [시와 불교의 만남 3 ], 동국역경..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