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바로 앞 당신 생각으로
밥알 몇 개를 흘렸답니다
왜 흘려요?
당신이 내게 물었지요
난 속으로 가만히 대답했답니다
당신이 주워 먹으라 하신다면 얼른
주워 먹으려구요
-곽재구시 '복종'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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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어야 큰 배가 뜬다
얕은 물에는 술잔하나 뜨지 못한다
이 저녘 그대 가슴엔 종이배 하나라도 뜨는가
돌아오는 길에도 시간의 물살에 쫏기는 그대는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러운데
큰물은 깊어서 소리가 없다
그대 오늘은 또 얼마나 소리치며 흘러갔는가
굽이 많은 이 세상 이 시냇가 여울을
-도종환시'깊은 물'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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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해야 하리라
무릎 한 켤레
온갖 뼈마디 부서져도 쉽게
낮아질 수 없는 우리에게
무릎 너희 있어
땅에 무릎 끓고 거기 입 맞추게 하는
두 손으로 공손히 세상 한번 받들어 올리는,
신은 멀어도
그의 숨결 너나들이하는
해진 무릎 한 켤레
흙으로 돌아가 발 뻗고 잠들기까지
모름지기 우리는 그를 고마워해야 하리라
-박해석시 '무릎'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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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지붕 위
십자가에서 녹물이 흐른다
하나님의 마음은 이렇게 어린아이 같다고
목사님이 흰 페인트 통을 들고 올라간다
신나로도 씻을 수 없는 게 있지요
목장갑 너머 붉은 노을을 바라본다
저 아름다운 녹물을 지나야만
빛이 되는 가난한 별들
-이정록시 '즙(汁)'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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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조금 비껴가는 화살처럼
마음 한 가운데를 맞추지 못하고
변두리를 지나가는 바람처럼
먼 곳을 향해 여린 씨를 날리는
작은 풀꽃의 바람 같은 마음이여
자갈이 날면 백 리를 간다지만
모래가 날리면 만 리를 간다고
그리움의 눈물 마음속으로 흘리며
느릿느릿 뒷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사람
-최동호시 '홀로 걸어가는 사람'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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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하루하루는,,, 지나고 나면 후회를 남긴다. 당시에는 내가 옳은것 같고, 그 처리만이 최선 인것 같으나,,, 역시 지나고 나면 후회가, 반성이 남는다. 분노하고, 못할 말을 내밷게 되는 순간에서 진정한 '처세'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왜 좀 더 지혜롭지 못할까? 하루를 넘기고 이틀을 넘기며 나 자신을 되짚어 본다. 사막과 같이 건조한 세상에 습기를 머금고 살기에는 나는 부족한 존재인가??? 나는 내 자신의 십자가를 온전히 지고 가고 있는 것일까? 바보같이 내 십자가를 부인하며, 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닌가??? '온전히' 나에게 묻고 답하는 아침에.....
-am04;15~am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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