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들은 싹을 틔우지 않았고 꽃들은 오랜 목마름에도 시들지 않았다 파도는 일렁이나 넘쳐흐르지 않았고 구름은 더 가벼워지지도 무거워지지도 않았다
오래된 수틀 속에서 비단의 둘레를 댄 무명천에 압정에 박혀 팽팽하고 그 시간 속에서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뀌어라 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 지나가던 바늘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자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아편과 저편, 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
-나희덕 시 ‘오래된 수틀’ 모두
*사람은 일생을 두고 자라는 것 같다. 예전, 아버지의 죽음에서도, 이번 어머니의 임종에서도 그렇게 느껴졌다. 오래전 아무것도 모르게 태어나서 부모님과 이웃들,, 그리고 친구와 많은 스승들,,, 그들을 통해 나로 성숙하여, 이제야 구분을 모두 내려놓고, 이제야 온전히 홀로 선듯 한 성장을 체험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들을 키운다는게 무엇인지? 사람들과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이제야 조금은 깨달은 듯 싶다. 수 없이 많았던, 미성숙한 부끄러움들 속에서 이제야 ‘빙긋’ 미소 지울 수 있음이다.
사람의 일생은, 어쩌면 시인이 이야기 하듯 한폭의 진행중인 오래된 수틀과 같다. 실수도, 오염도, 고난과 번민의 시간과 공간도 남아 있지만,, 결국에는 혼자서 완성하여 만들어내야 하는 수. 누군들 자신의 삶 앞에서, 인생에 자신있다 말 할수 있을까?!.... 바쁜세상, 정 해진 시간, 무수히 반복되는 듯,, 보이는 하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