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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나는 누구일까??....









- 낮에 보일러수리공이 다녀갔다



겨울이 들이닥치면

북풍 아래서 집들은 웅크리고

문들은 죄다 굳게 닫힌다.

그게 옳은 일이다.

낮은 밤보다 짧아지고

세상의 저울들이 한쪽으로 기운다.

밤공기는 식초보다 따갑다.

마당에 놀러왔던 유혈목들은

동면에 들었을 게다.

개똥지바퀴들은 떠나고

하천을 넘어와 부엌을 들여다보던 너구리들도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누굴까, 네게 외롭다고 말하고

서리 위에 발자국을 남긴 어린 인류를 생각하는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낮에 보일러수리공이 다녀갔다.

산림욕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속옷의 솔기들 마냥 잠시 먼 곳을 생각했다.

어디에도 뿌리 내려 잎 피우지 마라!

씨앗으로 견뎌라!

폭풍에 숲은 한쪽으로 쏠리고

흑해는 거칠게 일렁인다.

 

구릉들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불들은 꺼지고 차디찬 재를 남긴다.

빙점의 밤들이 몰려오고

물이 언다고

물이 언다고

저 아래 가창오리들이 구륵구국 구륵구국 운다.

금광호수의 물이 응결하는 밤,

기름보일러가 식은 방바닥을 덥힐 때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



   - 장석주 시 '몽해항로4' 모두








* 모두가 덥다고 선풍기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대는 이 시기에 나는 왜 홀로 추운건가? 계절에 역행하는 이 체질은 이제는 어떤 마음가짐 이어야 하는지,,, 때로 이유없는 식은땀을 주루룩 흘리운다. 세월은 예전부터 아무런 이유가 없었는데,,, 홀로 이유를 주저리, 주저리 달고 살았구나. '가진다' 하는 소유의 개념에서 많은것을 가졌었지만,, 이제는 하나, 둘씩 '가진것'를놓아 버리니 조금은 여유진 '마음'이 보이는 구나. 살아 간다는 것은,,, 변해가는 내 모습을 세세히 관조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 아프지만 인정하자. 변해가는 내 모습을.... 항상 스스로에게 묻지만 답은 없구나!

"나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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