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 썸네일형 리스트형 사랑하다 죽어 버리자 가을엔 나비조차 낮게 나는가 내려놓을 것이 있다는 듯 부려야 할 몸이 무겁다는 듯 가지가 휘어지도록 열매를 달았던 사과나무, 열매를 다 내려놓고 난 뒤에도 그 휘어진 빈가지는 펴지지 않는다 아직 짊어질 게 남았다는 듯 그에겐 허공이, 열매의 자리마다 비어 있는 허공이 열매보다 더 무거울 것이다 빈 가지에 나비가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다 무슨 축복처럼 눈앞이 환해진다 아, 네가, 네가, 어디선가 나를 내려 놓았구나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사과나무 그늘이 환해질 수 있을까 꿰멘 자국 하나 없는 나비의 날개보다 오늘은 내 白結의 옷이 한결 가볍겠구나 아주 뒤늦게 툭, 떨어지는 사과 한알 사과 한알을 내려 놓는 데 오년이 걸렸다. - 나 희덕 시 '사과밭을 지나며' 모두 2005. 시집 '어두워 진다는 것' * 전..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