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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

다시,, 산을 오르며....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마음도 한 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레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나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아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에 갈 뿐이다. - 오세영 시 '등산' 모두 - 그나마 비축되어있던 체력을 여름을 기하여 소진하고,, 하루 하루 절실하게 체력의 고갈을 느끼며 빨간불이 켜진 듯 하여 여러모로 생각 하다가 9월과 10월 두달,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 더보기
삶의 푸르른 기운,,, 푸른 색 석란희의 보라가 섞인 듯한 푸른 색 푸른 색 김환기의 회색이 섞인 듯한 푸른 색 푸른 색 반 고흐의 미친 주황이 소용돌이치는 푸른 색 푸른 색 모네의 아침 햇빛 일렁거리는 잠이 덜 깬 푸른 색 푸른 색 모딜리아니의 누드에서 설핏 끼쳐 있는 서러운 푸른 색 푸른 색 천경자의 푸른 독사에 나온 광나는 푸른 색 푸른 색 색상은 건반이고 영혼은 피아노 그러면 빨강은 `도' 파랑은 `레' 초록은 `미'라고 했던 그 어디에도 없는 칸딘스키의 푸른 색 이 모든 푸른 색 그 모든 푸른 색 내가 죽어도 남아 있을 저 이유 없는 행복. - 김승희 시 '푸른색'모두 - 언젠가 어느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색은 푸른색인데,, 이로인해 고등학교, 대학교의 선택도, 후에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도 푸른색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더보기
멀고도 가까운 일상의 것들,, 어떤 영혼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붉은 절벽에서 스며나온 듯한 그들과 목소리는 바람결 같았고 우리는 나란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흘러가는 구름과 풀을 뜯고 있는 말, 모든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선명한 저녁이었다 그들은 붉은 절벽으로 돌아가며 곁에 선 나무에서 야생사과를 따주었다 새가 쪼아 먹은 자리마다 개미들이 오글거리며 단물을 빨고 있었다 나는 개미들을 훑어내고 한입 베어물었다 달고 시고 쓰디쓴 야생사과를 그들이 사라진 수평선, 내 등 뒤에 서 있는 내가 보였다 바람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그들이 건네준 야생사과를 베어물었을 뿐인데. - 나희덕 시 '야생사과' 모두 - 어제는 그리도 바람이 불어대더니,, 아침부터 잔뜩, 하늘이 흐르고 바람도 없이 잔잔하더니 비가 내린다. 비가 내려도 날씨는 어제보다 습도.. 더보기
훠~ 어 이, 훠~~워~어. 장사익의 '찔래꽃'이나 이애주의 '부용산'이나 그런 노래 듣고 있을 때 일천 개의 가을 산이 다가오다가 일천 개의 가을 산이 무너지더라도 13월의 태양처럼 세상을 한번 산 위로 들었다가 놓는 마음 노래가 뭐냐? 마음이 세상에 나오면 노래가 된다는 장사익의 말...... 그래서 아리랑이 나왔지, 하얀 꽃 찔레꽃 찔러 찔려가면서 그래서 나왔지, 찔리다 못해 그만 둥그래진 아리랑이 둥그래진, 멍그래진, 찔렸지 울었지 그래 목 놓아 울면서 흘러가노라 장사익의 '찔레꽃'이나 이애주의 '부용산'이나 그렇게 한번 세상을 산 위로 들었다 놓는 마음 13월의 태양 아래 찔레꽃 장미꽃 호랑가시 꽃나무가 연한 호박손이 되고 꽃순이 되고 흩어지는 민들레 홀씨로 날아갈 때까지 마음이 마구 세상에 흘러나오고 싶은 그 순간까지 숨.. 더보기
함께하는 길고 긴 여행길에서... - 이중섭의 은지화 중에서 '가족' 구두 뒤축이 빛난다, 지가 무슨 신이라고 배낭을 꿈꿨을까마는 신의 바람이란 발가락처럼 오순도순 어둠과 고린내 속에서도 온 힘으로 떠받드는 것 아니겠는가 상가에 놓인 뒤축 꺽인 내 구두는 이 방 저 방 쉼 없이 돌아다닌다 문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이다 문지방처럼 빛나는 뒤축은 몸의 출입을 막지 않는다 순례와 전도의 삶은, 낡은 구두처럼 자신의 문패를 지워야 한다 멀거니 닳은 뒤축을 내려다보니 신의 턱선을 닮은 듯도 하다 막힘이나 가둠이 없는 것이 정작 문 없는 큰문이라, 그러니 때가 때를 만나기를 골백번 같이 난다는 것은 빛을 주고 받는 것이다 저 혼자 이루는 후광은 없는 것 신은 갈수록 뒷모습이 빛난다. - 이 정록 시 '신의 뒷편' 모두 - 처가집의 일로 마눌님도 집을.. 더보기
삶의 이쪽과 저쪽. 똑, 또. 르. 륵..... 한번을 울릴 때 마다 두손, 높고 깊게 합장하고 무릎 끓고 머리 깊게 숙이며 두손 넓게 펼쳐 절을 한다 똑, 또. 르. 륵..... 일만 팔백 배. 땀은 물로 흐르고 몸은 떨리고 아득한데, 사물은 맑고 밝다 누구신가?! 말도 없이 바라보며 눈물만 흘리시는 얼굴, 소리도 없이 물줄기 끊임 없다 똑, 또. 르. 륵..... 쌓이는 숫자만큼 덜어내는 인연, 허나 더욱 더 다가오는 얼굴! 똑, 또. 르. 륵..... 안타까움에 말없이 등을 차갑게 적신다. -홍수염 시 '인자(仁者)에게 길을 묻는다'모두 - 근자에 와서, 조금 더 생각케 되는 것이,, 아이의 '생활태도'에 대한 나의 교육방식이다. 대체로 잘 넘긴 큰아이와 다르게 작은 아이는 '끝임없는 도전'으로 나를 당혹케 해 왔는데.. 더보기
- before/after - oz 님의 사진중 인용. 잔치가 끝난 뒤에도 설거지 중인 내게 죄가 있다면, 이 세상을 사랑한 죄밖에..... 한번도 제대로 저지르지 못했으면서 평생을 속죄하며 살았다 비틀거리며 가는 세기말, 제기랄이여. -최영미 시 '세기말, 제기랄'모두 - Before. Isonicotinic acid 100 mg / 유한짓 정. Ethambutol HCI 400 mg / 마이암부톨 제피정. Pyrazinamide 500 mg / 유한 피라진아미드 정. Pyridoxine 50 mg / 삼일 피리독신 정. Rifampicin 600 mg / 리포덱스 정. - After. Allopurinol 100 mg / 자이로릭 정. Amosulalol 20 mg / 라우간 정. Furosemide 40 mg / 라식스 정... 더보기
부유하는 雪.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 눈. -황동규 시 '조그만 사랑노래'모두 - 체력이 떨어지는 날은 날씨도 무덥다. 유난히 더위를 타면서도 선선히 "설렁 설렁" 걷지 못하는 때문에 잠시 거리를 걸어도 몸은 흠뻑 땀에 젖고는 한다. 땀을 많이 흘리다 보니 물도 많이 마시게 되고,, 여름이라는 미명아래 면을 좋아하던 차에 물냉면에 비빔냉면, 비빔국수, 모밀국수, 막국수... 더블어 여기저기서 팥빝수 까지,, 눈에 띄면 주저않고 들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