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리깐데

길 따라 길을 걸어 나가며....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불쑥 나타날 너의 힘을 기다린다
너의 힘이 핏대들을 쓰다듬으며
너의 힘이 눈부산 햇살처럼
민들레 노란 꽃잎 속으로 나를 끌고 갈 때
내가 노란 민들레 속살로 물들고 말 때
얼음의 혓바닥이 흔들거리며
얼음의 왼발이 사라지고
얼음의 왼다리가 사라지고
이윽고
얼음의 오른발이 사라지고
얼음의 오른다리가 사라지고
낮게 낮게 흐르는 눈물이 시간이 될 때
그때를 기다린다
아무도 몰래 너를
이 바람 찬 세상에서.


- 강은교 시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 모두








* 사람의 마음도 내 뜻대로 되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자연의 변화무쌍 한 기후야! ,,, 한달전 날짜를 조정하고 미리 티켓팅을 하면서 조금 이른듯한 불안감이 '악천후' 라는 날씨의 재앙으로 다가왔다. 제주공항에 도착 시 부터 "부실부실" 내리던 비는 올래길 내내 배낭의 커버를 쒸웠다 벗겼다,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 카메라를 비에 안 적시려고 가방에 넣었다 빼었다,,, 길은 질척이기 시작하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중도에 길을 접을까?! 하고 수 없이 망설이기도 처음이다. 김포공항에서 부터 우중충 했던 날씨는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집을 떠나서 낯선 길에 접어들면 모든 근심을 접어두고 상황에 따라 길을 걸어 나가야 한다. 13;30분, 올레길 18코스는 약 18,8km,, 시간이 촉박하다. 제주공항에서 100번을 타고, 동문로타리에 하차하니 '동문재래시장'이 보인다. 간세다리 카페에서 소개 되었던 회집에 들어 섰으나 다소 '썰렁'한 분위기에 홀로 회를 먹기도 그러하여 시장을 더 들어서서 '순대국'으로 점심을 가볍게 때웠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진 길을 따라 다소 힘겹게 오르내린 '사라봉' 비가 제법 내리는 가운데도 일요일이라 운동하러 나오신 분들이 제법 있어 반가웠다. 

젊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고, 나이드신 분들은 어떻게 아느냐고 되묻던 '곤을동' 제주의 상처는 검게남은 마을터 만큼 아프게 다가왔다. 급하게 내닿은 서두른 발길 때문일까?! 다리도 아프고 몸살 기운이 올라 오는데,, 보온병에 담아 온 더운물로 목을 축인다. 화북을 넘어서니 날이 어둑어둑하여 서둘러 길가로 나섰다. 중도에 알아본 유정모텔은 당시에는 컴퓨터 방도 일반실도 몇개나 남아 있다고 하였는데 도착하여 알아보니 다행이도 딱 1개가 남아있다. 203호에 들어서니 베낭을 놓고 대강 옷을벗어 걸어 놓으니 피곤하여 침대에서 잠시 녹다운. 그래도 내일의 올레길을 생각하여 뜨거운물로 샤워를 하니,, 제법 피로가 반감 된다. 유정 안주인님이 여러 음식점을 소개해 주셨는데 다리가 아퍼서 길을 건너 가기도 힘이 부친다. 하여 가까운 식당에서 얼큰한 동태탕에 흰둥이 한병을 곁들였다. 그리곤 낯선 곳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다보니 아침이 되었다.

모텔의 창문을 열어 날씨를 체크하니 잔뜩 흐려 있다. 어제 사두었던 것으로 간단히 아침을 때우고 물도 데워서 온수통에 채우고 등산화의 끈을 조이고 베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어제 길을 멈췄던 신촌포구에 도착하여 길을 시작하니 19코스인 만세동산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제법 굵어진다. 길을 나섬이 사진을 찍기 위함이 절반인데,, 사진을 찍지 못하니 답답했지만,, 마음을 비우고 잔잔하게 빗속에 펼쳐지는 풍경들이 아름답다. 신흥해수욕장을 지나 휴개소가 하나있어 옷도 말리고 요기도 할겸 하여 들어섰는데 음료만 팔고 요기를 할만한 것은 아직 준비중 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배도 고프고 식당은 있을것 같지도 않은데,, 낙담하는 내모습에 새댁인듯한 주인은 오늘이 보름 이라며 식구들이 먹듯이 오곡밥을 준비했는데 그거라도 드시겠냐고 한다. 물론 ok! 역시 나는 먹을 복이 있다. 갖가지 나물에 구수한 된장국,,, 나물이 맛있어 시금치 하나만 빼고 모두 깨끗이 비운듯, 배가불러 더 먹으면 걷는데 지장을 줄듯하여 가장 좋아하는 잡채를 저븐도 대지 못했음이 제일 아쉬웠다. 크림이 풍부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감사히 길을 나섰다.


 

 



심상치 않아지는 빗방울에 서우봉을 힘겹게 넘어서 북촌포구를 지나서니,, 몸에 '데드라인'이 딱 온다.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에 미련없이 버스를 잡아타고 구좌읍 '바우네'로 방향을 틀었다. 역시나 불친절 하기로 소문난 제주 남자 버스기사의 불친절로 한정거장을 미리 내려 아픈 다리로 '한동리'로 걸어 내려왔다. 입구에서 빗속에 전화를 하니 바우네 형님이 기다렸다며 반갑게 차를 몰고 달려 오셨다. 익숙한 방에 여장을 풀고 보일러를 틀어 샤워를 하고,, 잠시 누워 있으니 술 한잔 하러 내려오라 하신다. 준비해간 옛 노래가 담긴 CD 도 전해 드리고 굵어진 빗줄기는 도보를 빨리 접고 안착한 나의 결단에 칭찬을 더 하는데, 음악도 술도 비 소리도 사람의 정에 더하여 오래간만에 기분좋게 취 하였다. 바우네 형님도 제주에 자리를 잡으려 노력 하시는데,, 아직은 인간적인 정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아 힘들게 느끼시는 것 같다. 워낙 精이 깊으신 내외 분이라 '좋은사람'을 만나면 깊이 있게 사귀고 싶어 하시는데,, 아직은 서로 마음이 닿는 분을 못 만나신 듯 싶다. 좋은 분들이 제주에 정착하러 많이들 오시니,, 형님도 곧 좋은 인연들이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 사진찍기를 싫어 하시는 바우네 형님, 형님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알리깐데' 카테고리의 다른 글

Les IIes. (섬)  (0) 2021.02.17
찬란한 슬픔의 봄.  (0) 2012.03.16
April, come she will,,,?!  (0) 2012.01.31
술,, 한 잔.  (0) 2011.12.18
안녕.  (0) 2011.07.08